안녕하세요 후니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와 '조그만 사랑 노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시는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문학작품으로 많이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책에 나오는 문학작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제대로 다시 보니 시가 정말 아름다운 표현들로 가득했습니다.
황동규 시인은 그 유명한 소나기라는 소설을 쓴 소설가 황순원 님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에게 문학적인 재능을 물려받아서 아버지 못지않은 유명한 시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문학작품들을 만들다니 참 신기합니다.
황동규 시인에 대한 소개는 간단하게 하고 본격적으로 바로 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라는 작품은 황동규 시인이 21살 때인 1958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고등학교 3학년 18살이었던 황동규 시인이 1살 연상인 대학생 누나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한 번 볼까요?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1연에서는 짝사랑 하는 연상 여인을 향해 소소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투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사소한 것이지만, 그러한 사랑의 사소함이 쌓여서 그녀가 힘들 때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2연에서는 자신만 생각하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계절이 계속 변해도 기다림이라는 성숙한 자세로 진실한 사랑을 완성할 것이라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사랑을 기다림으로 바꿔버릴 정도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사랑한다면 이 시는 마음 깊이 공감이 되실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조그만 사랑 노래
<조그만 사랑 노래>라는 작품은 황동규 시인이 41살 때인 1978년 발표한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 진다>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1978년 그때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했다고 해서 이러한 내용을 문제로 많이 출제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다니는
몇 송이 눈.
저는 이 작품을 당시 시대상황과 비교해서 보고 싶지 않고 그냥 개인으로서 보고 싶습니다. 이 시 속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제를 동여맨 편지'라는 표현으로 사랑은 과거의 한 순간이 되었고,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라는 표현으로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대의 모습과 추억들을 형상화한 것 같습니다.
땅 어디에도 내려 앉지 못하고 눈처럼 떠돌아다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별은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이별이 무서워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눈이 그치고 다시 봄이 오듯이 사랑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황동규 시인의 시 두 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독서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가을에 황동규 시인의 시를 비롯해서 다른 아름다운 시들도 함께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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