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후니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것 같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면서, 시를 읽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죠. 오늘 가을에 읽기 좋은 시 두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안도현의 <가을엽서>와 도종환의<단풍 드는 날>입니다.
가을을 주제로 하는 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이 두 편의 시를 선택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단풍과 낙엽을 주제로 해서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한 편씩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안도현 <가을엽서>
엽서라고 하면 소박함, 진심, 정성, 사랑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저도 누군가를 위해 엽서를 적어서 주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선물 받는 것도 좋아합니다. 작은 엽서에는 큰 선물에 담을 수 없는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가을엽서' 시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안도현 <가을엽서> -
저는 가을마다 짧은 기간동안 화려하게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 미련 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무상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안도현 시인은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사랑을 봤습니다.
시인은 그대를 위해서 비록 자신이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지만 '무엇'이라고 표현한 어떤 것을 나누어주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무엇'은 말로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진심이 담긴 엽서와 같이 소박한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받을 때 보다 나누어 줄 때 더 가치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가진 사람이라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가진 사람이 되는 이 기쁨과 행복 속에 사랑이라는 가치가 숨어있지 않을까요?
사랑이 낮은 곳에 있는 이유는 사랑이 낙엽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계속해서 낮은 곳으로 내려앉아 거리를 아름답게 메우는 것처럼, 사랑도 자신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나누고 실천해야 진실된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도종환 <단풍드는 날>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대표적인 시가 있지만, 이 '단풍 드는 날'이라는 시 또한 철학적인 내용과 더불어 우리 삶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정말 아름다운 시입니다. 시를 자세히 볼까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도종환 <단풍드는 날> -
시 중간에 나오는 '방하착'은 불교에서 화두로 주로 쓰이는 말로, 마음속의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마음속에 생각을 비우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으로 텅 빈 마음, 마음의 실재를 일컫습니다.
내려놓으려 결심하는 순간부터 가장 아름답게 불타는 나무. 나무는 큰 깨달음을 얻고 나서부터 짧은 순간을 아름답게 불타는데,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수많은 고통과 인내로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사람들도 마찬기지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집착하면서 많은 고민들과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보게 되고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가을에 읽기 좋은 시 두 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글을 적는 지금 겨울이 다가온 것 처럼 춥지만 가을의 정취를 더 오래 간직하시려면 이런 시를 함께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좋은 글, 명언 모음 (0) | 2022.12.22 |
---|---|
넷플릭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명대사 총정리! (0) | 2022.12.07 |
이해인 수녀님 시 추천 <꽃잎 한 장처럼>, <행복일기> (0) | 2022.10.02 |
황동규 시 <즐거운 편지>, <조그만 사랑 노래> 아름다운 사랑 시 (0) | 2022.09.07 |
임진왜란 부산 동래읍성 전투의 송상현 장군의 절명시 (0) | 2022.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