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먼저 떠오르지 않습니까? 데미안 소설 속에 나오는 유명한 명언이 있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이 읽어 봤지만 다시 또 봐도 통찰력 있고 울림있는 문장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런 소설뿐만 아니라 시를 적고 그림도 그리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시집에 있는 '안개 속에서', '여행의 비결'이라는 시 두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의 내용을 저의 이야기에 적용해서 해석해봤습니다.
안개 속에서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수목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을 가만히 격리하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정말 현명하다 할 수가 없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어릴 때 동아리, 알바, 대외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놀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은 하나둘씩 멀어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니 친구들을 더 안만나게 되고 연락도 더 뜸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저는 스스로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나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항상 외로움을 갖고 살아갑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고,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외롭습니다. 이런 외로움 즉,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많이 힘들고 지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고독하다는 것, 혼자라는 것을 알고 내면이 먼저 강해져야 합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어둠이나 안개가 갑자기 나타나면 그때 바로 밀려드는 외로움을 감당하기 힘들 테니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현명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비결
목표도 없이 떠도는 것은 젊은 날의 즐거움이다
젊은 날과 함께 그 즐거움도 나에게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목표나 의지를 의식하게 되면
나는 그곳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목표만을 좇는 눈은
떠도는 재미를 알지 못하고
여로마다 기다리고 있는
숲과 강과 갖가지 장관도 보지 못한다
나는 떠도는 비결을 계속 배워 나가야 한다
순간의 순수한 빛이
동경의 별 앞에서도 바래지지 않도록
여행의 비결은 이것이다
세계의 행렬에서 함께 몸을 숨기고
휴식 때도 사랑하는 먼 곳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것
저는 원래 여행을 갈 때 계획을 모두 정하고 가지 않습니다. 첫날에 지낼 숙소와 먹을 것 정도 알아보는 게 대부분입니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즐거운 것이 즉흥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 일상에서는 매일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무료한 삶을 살다가, 여행을 가면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짤 수 있고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너무 열심히 세워서 그것들을 하나씩 다 해보려고 하면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무엇인가 또 해내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가버리고 맙니다. 길을 걸을 때는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잠깐 멈춰서 뒤로 돌아보세요. 앞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들은 읽기 편하고 내용이 공감이 많이 돼서 더 좋았습니다. 위의 시 두 편 이외에도 '밤', '한 점 구름', '나비' 등 좋은 시가 많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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