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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좋은글

정호승 시인 시 추천 - 수선화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반달, 사랑

by 감성스피치 후니 2022. 6. 5.

안녕하세요 감성스피치 후니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인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집에서 좋은 시 몇 편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아름답고 깊은 의미를 담은 시적 표현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수선화에게', '풍경 달다'와 같은 작품들이 있는데, 그 이외에도 좋은 시가 정말 많습니다.

 

 

정호승 시집 수선화에게 삽화그림
수선화에게 시집 수록 그림 - 박항률 화가 작품

 

 

수선화에게 시집은 박항률 화가가 그린 수채화 그림들이 삽화로 들어 있어서 더욱 시의 감정이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 중에 몇 가지만 고르자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좋은 시들이 많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고른 시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외로움은 인간, 동물, 자연, 하느님 등 세상의 모든 존재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이 시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외로움을 갖고 살아간다니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도 외로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필연적인 감정인 외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이 될 것 같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곧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반달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을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도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존재입니다. 그런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서로 부족한 것 없이 이미 모두 채워져 있다면 비울 것 밖에 남아있지 않게 될 겁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봐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여기서 정호승 시인의 '반달'이라는 작품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반달-


사랑을 반달과 보름달의 비유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잘 전달해주는 시입니다. 위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더 간단하고 시적으로 잘 표현되어서 깊은 울림과 여운을 줬습니다. 나의 사랑은 오만하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랑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사랑-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것, 상호보완적이고 필수 불가결한 것이 바로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처럼 사랑의 상호보완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특성에 대해서 시적으로 표현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보다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사랑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호승 시인의 시 네 편을 골라서 알려드렸는데 꼭 시집을 구매하셔서 전부 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은 시 이외에도 동화, 산문집도 출간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화집으로는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산문집으로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등 좋은 책들이 많으니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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