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장석주 시인의 시 중에 제가 좋아하는 시 두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추 한 알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추 한 알>과 인생의 동반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입니다.
장석주 선생님은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문학평론가로 1975년 월간 문학 시 부문에서 <심야>가 당선되어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이후로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시 특징은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시 두 편도 그런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편씩 만나보도록 할까요?
장석주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는 자그마한 대추 한 알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과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 수 있는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했는데요.
이 시는 평범한 우리에게 자연을 통해서 큰 통찰력을 전달해 주는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에서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 장석주 <대추 한 알> -
시의 내용을 보면 여러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야하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익은 대추 한 알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추의 모습은 대추가 겪어온 이야기를 다 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온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까지 함께 온다는 것이라고 말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하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대추 한 알 속에서 자연과 사람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대추 한 알이 제대로 익기까지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하는데 우리는 지금 이렇게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을 겪었을까요? 우리 사람 한 명 한 명은 그만큼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장석주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시는 자신의 인생 동반자와 함께 읽으면 좋은 시입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와버린 지금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를 믿고 끝까지 걸어가 보자는 내용입니다.
그럼 시 내용을 한 번 감상해볼까요?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길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 장석주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데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을 때, 그 사람을 위해서 놓아줘야 할지 계속 함께 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시적 화자는 구두는 낡고, 차도 끊기는 암울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비까지 맞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무책임함을 느끼고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그동안 함께 한 세월을 돌아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앞날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인생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불확실하고 두려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함께 끝까지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 일일까요?
혼자서라면 걸어가기 힘들었을 그 길을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와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둘이서 함께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희망을 저 또한 이 시를 통해서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장석주 시인의 시 두 편을 함께 감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주말입니다.
여러분도 좋은 시를 감상하시면서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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