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가을에 읽기 좋은 이해인 수녀님 시 두 편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익어가는 가을>은 가을에 열매가 익어가는 것처럼,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점차 익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작은 기도>는 자신을 돌아보고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한 문체와 쉬운 말들을 사용하시고, 수녀님께서 실제로 기도하시면서 읊조리는 것처럼 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평소 몸이 좋지 않은 이해인 수녀님이지만 고통을 인내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시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그럼 오늘 두 편의 시를 한 번 만나보도록 할까요?
익어가는 가을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 이해인 <익어가는 가을> -
가을은 익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계절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성숙해지고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젊음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지만, 늙는 것 또한 사람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해가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가고 깨닫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 속에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라는 표현에서 그런 행복함이 담겨있지요.
저도 지금처럼 익어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철 없을 때 했던 저의 행동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내가 생각없이 한 말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노력을 하니 예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직까지도 부족한 게 많지만 하나둘씩 더 배워가면서 성숙해지고 싶습니다.
늙어가는 것은 너와 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으로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러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성숙하고 아름답게 익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작은 기도
기쁠 때는
너무 들뜨지 않게
도와주시고
슬플 때는
너무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의 말을 할 땐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시고
남의 말을 들을 땐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인내하며
미소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세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성실과 겸손의 실습을
오늘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꼭 도와주세요
- 이해인 <작은 기도> -
이 시를 읽고 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한 없이 좋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에는 우울감이 찾아와서 우울에 잠겼다가를 반복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런 감정들을 오고 가는 존재이고 그런 감정을 얼마나 잘 조절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말을 경청해주는 것 또한 가장 기본적이지만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수녀님의 시를 읽고 그런 삶의 자세와 태도를 실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지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불평하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고, 멀리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항상 멀리서 찾으려고 하죠. 하지만,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죠.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해인 수녀님의 시 '익어가는 가을'과 '작은 기도'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가을 좋은 시와 함께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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