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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상 후기 및 결말 해석 (스포있음)

by 감성스피치 후니 2023. 8. 27.

2023년 8월 9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하고 8월 26일 토요일에 보고 왔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지 꽤 오래됐는데 이번 영화는 꼭 보고 싶어서 늦게라도 보게 되었다.

 

메인 포스터부터 나의 시선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여섯 명의 주연 배우들을 부각시켜서 만든 걸 보니 각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들이 많이 담겨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메인 포스터

 

 

 

이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등장인물 주인공들의 배우 캐스팅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번 영화는 재난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들을 잘 담았다.

 

 

 

1.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토리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궁아파트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

 

 

 

갑작스러운 대지진으로 서울은 초토화가 되었지만 오직 황궁아파트만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유일하게 멀쩡한 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황궁아파트 주민들과 외부 생존자들이 공존을 두고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한다.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대표 ‘영탁(이병헌)‘을 뽑아서 이를 해결하려한다. 겉모습으로 보면 제일 만만하고 위험에도 나설 수 있는 영탁을 선택함으로써 어찌 보면 방패막이로 선출하였지만 점점 영탁의 힘은 거대해진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영탁은 갈수록 극단적인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내부적인 갈등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은 내부적인 요인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만 말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있어서 스토리 전개는 대략 예상이 가능하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이런 스토리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생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내가 위험한 순간에 남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사람은 원래 이기적일까 이타적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떤식으로 풀어낼까 궁금해서인 것 같다.

 

 

 

2. 바퀴벌레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살아남은 황궁아파트 주민들 대다수가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치장면
외부 생존자들을 쫓아내는 모습

 

 

 

자신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일명 ‘바퀴벌레’로 취급하며 배척하고 적대시 한다. 우리가 바퀴벌레가 나오면 바퀴벌레가 나올만한 구멍을 막듯이 황궁아파트 주민들도 바리케이드를 쳐서 외부 생존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여기서 바퀴벌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람은 그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바퀴벌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붙인 상직적인 표현이 아닐까.

 

바퀴벌레는 수 억년 전 백악기 시대부터 생존하여 지구의 대멸종을 몇 번이나 견뎌낸 아주 생명력이 강한 생물이다. 현재 지구도 각종 자연재해와 기후 이상 현상으로 위기의 길을 걷고 있는데 언젠가 이 영화처럼 예상치 못한 현상으로 삶의 터전과 생명을 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인간은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영화 초반부 민성(박서준)이 통조림 과일을 줍기 위해 손을 넣어 빼는 순간 엄청난 수의 바퀴벌레들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 또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바퀴벌레들을 피하고 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으로 일어날 실제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주민들 속에서도 소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이타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외부 생존자들을 끝까지 품으려다 발각되어서 몰매를 맞고 죄송합니다라고 주민들 앞에서 여러 번 사과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들은 인간이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모두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타고난 본성과 생각에 따라서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은 그만큼 다르고 다양하다.

 

 

 

3. 영탁의 최후

 

 

영탁은 결국 내부 고발자로 인해 자신이 본래의 황궁아파트 주민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를 믿던 사람들은 금방 등을 돌리게 된다. 자신이 가장 강조했던 주민 첫 번째 규칙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영탁과 주민들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지만 갑작스럽게 외부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게 되고 외부 생존자들이 복수를 위해 덤벼들게 된다. 그때 영탁은 다시 목숨을 걸고 끝까지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나서 싸운다.

 

 

 

외부 생존자들과 대치하는 영탁
주민대표 영탁

 

 

 

 

 

 

결국 폭탄으로 인해서 전의를 상실하고 자신의 최후를 902호에 들어가 보내기로 한다. 결국 집안까지 외부 생존자들이 들어오게 되고 영탁은 한마디를 던진다.

 

"왜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오고 난리야..."

 

극 초반부에 불이 난 곳에 불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끄려고 한 것도 영탁이었다. 온 힘을 다해서 소화호수를 틀어 직접 들어가 불을 진압했다. 어찌 보면 영탁은 이 아파트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불행하고 안 좋았던 과거는 대지진과 함께 없애버리고,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 역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악한 본성과 생존에 대한 본능을 진심과 거짓이 공존하는 인물 영탁을 통해서 여과 없이 볼 수 있었다.

 

 

4. 결말 해석

 

 

인간에게 양심은 무엇일까? 양심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닐까.

 

이런 양심의 가책을 가장 많이 느끼는 인물이 바로 명화(박보영)다. 명화는 답답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내가 외부 생존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올바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심정.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들을 어쩔 수 없이 몰아내야 하는 상황들 앞에서 나 또한 양심에 손을 얹고 올바르게 행동할 서 있을까 되뇌어보게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성모상, 성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지옥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인간의 양심과 선과 악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들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던 황궁아파트가 결국 자신들이 내쫓았던 외부 생존자들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 만약 외부 생존자들과 함께 살고자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바뀔 수 있었을까?

 

마지막 결말 장면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보이는 것 같다.

 

 

 

 

 

 

겨우 살아남은 명화(박보영)가 무너진 성당에서 죽은 민성(박서준)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을 때 또 다른 생존자들이 와서 박보영을 구해준다. 그들을 따라 간 명화가 본 곳에는 무너진 건물 속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였지만 결국 사람들은 무너졌고, 무너진 건물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건재한 아파트가 아닌 다 무너진 건물 속에 있었다.

 

 

 

 

 

 

장소가 어떤 곳이든 위기 속에서 서로를 위하는 선한 마음과 연대의 힘이 우리가 바라던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결말의 내용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외부 생존자들의 질문에 대한 명화의 대답에서 주제의식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 아파트에서 사람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에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자신의 본성과 상황에 따라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바로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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