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탄생'이 11월 30일에 개봉했습니다. 영화 탄생은 조선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이라는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며, 교황청에서 시사회를 열어서 상당히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천주교 박해'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있어고, 무엇보다도 여자 친구의 종교가 천주교이다 보니 아는 부분이 있어서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타이밍도 좋았던 것이 얼마 전에 여자친구가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영상을 보내줘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시기와 영화가 개봉하는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덕분에 미리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공부를 한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영화 탄생을 보러 가실 계획이시면 약간의 공부를 하고 가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우선 그 때 당시 조선과 세계의 시대적인 상황을 모두 말씀드리긴 양이 많고, 간단하게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 대해서만 먼저 말씀드리고 진행하겠습니다.
조선의 시대적 상황 '천주교 박해'
당시 조선은 나라 안팎으로 외세의 침략이 계속되고 영국과 청나라에서는 아편전쟁으로 인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서양 세력에 대한 배척의 이유와 유교사상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천주교 신도들을 탄압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일어난 것이 '천주교 박해'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는 크게 5가지로 분류합니다. (세세하게 보면 9가지 정도 됩니다.) 아래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내용을 참고하시고 여기서 '병오박해'가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순교하신 박해입니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
1. 신해박해 (1791년 정조 15년) - 진산 사건 (유교적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가톨릭식 장례를 치른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박해
2. 신유박해 (1801년 순조 원년) - 조선왕조의 천주교에 대한 최초의 대대적 박해. 교화주의를 내세우던 조선이 지속적인 천주교 탄압 여론과 반대파 숙청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얽혀서 대외적으로도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 사건
3. 기해박해 (1839년 헌종 5년) -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파견된 프랑스인 성직자인 앵베르 범 라우렌시오 주교, 모방 나 베드로 신부, 샤스탕 정 야고보 신부, 그 외 수많은 조선인 신자들이 순교한 사건 (이때 김대건 신부님의 부친과 최양업의 부모님이 순교)
4. 병오박해 (1846년 헌종 12년) - 다른 박해들에 비해서 순교한 사람의 수는 적지만,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순교한 사건
5. 병인박해 (1866년 고종 3년) - 고정 집권기에 흥선대원군이 일으킨 대규모 천주교 박해. 조선의 천주교 박해 중 가장 규모가 컸고, 총 24명의 순교자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 성인품에 오름. 이 박해로 인해서 병인양요가 일어남
이러한 박해 속에서도 조선 사람들과 외국 선교사들은 천주교에 대한 신앙심과 믿음을 놓지 않고 종교를 지켜내셨습니다. 그러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의 천주교가 있고, 우리는 마음 편하게 가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정말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영화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 <탄생> 감상 후기
영화 탄생은 인간 김대건에서 성 안드레아의 탄생까지의 3,574일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확인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영화 속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라는 종교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있지만, 그 외의 한 인간 그리고 청년으로서의 김대건의 모습과 위대한 여정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불어, 중국어, 라틴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천재적인 능력 가이자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모험하는 모험가로서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조선에 불쌍한 백성들에게 천주교의 교리를 전하기 위해 호랑이와 늑대가 들끓는 곳, 혹독한 추위가 도사리는 곳, 폭풍우가 몰아치는 서해바다 등 위험천만한 곳을 다니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적으로만 보면 스토리의 연결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김대건 신부님의 모든 것을 다 담아내려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그런 짧고 단편적인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들을 통해서 느끼는 게 더욱 많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사제가 되고 난 후 조선에 돌아와서 조선의 신도들과 미사를 드리고 영성체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자신의 어머니도 함께 계시는데 힘든 길을 걸어서 사제가 된 아들의 모습을 보며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고마워하는 감정이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명장면으로는 현석문이 투옥되었다고 했을 때 무릎을 꿇으며 우시는 장면, 마지막 새남터에서 순교하시는 장면이 또 인상 깊게 남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이 깊으셨나요?
이해인 수녀 '성 김대건 아드레아 신부님께'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이해인 수녀님 책 '꽃 잎 한 장처럼'에서 읽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폐막을 맞으며 말씀하신 내용도 함께 보여드립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2021.11.21
200년 전 당신이 태어나신
이 땅에 오늘은 기도처럼 조용히
가을비가 내립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만 25년을 머물다 떠난 당신
첫사제로 서품 되어 순교할 때까지
눈물과 고통의 시간을 살아야 했던
한국 최초의 사제인 당신
사랑한다는 말도 존경한다는 말도
당신 앞엔 너무 가볍기만 하네요
2021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의 인물로 빛나는 당신
탄생 200주년 기념우표 속에
십자가를 들고 은은히 미소 짓는
당신의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존재 자체로 한 편의 거룩한 시가 되신
당신 앞에 새삼 무슨 말이 필요할지
그저 막막하고 무력할 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힘들 땐
손수 쓰신 편지를 읽습니다
-이런 황망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戰場)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당신의 편지는 오랜 세월 지나도
생생하게 빛나는 진리의
목소리로 살아옵니다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이 말씀을 새기며
일상의 싸움터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눈물 어린 눈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박해의 칼 아래 무참히 쓰러진
당신의 그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며
오늘은 조금 울어도 되는지요?
피 묻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기도가 되겠는지요?
박해가 없는 시기를
마음 놓고 편히 살면서도
신앙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고
자주 흔들리는 이 땅의 우리를
가엾이 여겨주십시오, 신부님
가장 가까운 이들조차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
답답하고 괴롭기 그지없는 우리를
용서해 주십시오, 신부님
이웃 위해 목숨 바칠 준비가 되지 못한
우매하고 나약한 우리들이
당신의 편지를 다시 읽으며
새 힘과 용기를 얻도록 도와주십시오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상처받고 피 흘리며 목숨 바칠 수 있는
무명의 순교자가 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길 청하면서
겸손되이 사랑을 고백합니다
-저는 그리스도의 힘을 믿습니다
-비록 여러분의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도우면서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해갑시다
-마음으로 사랑해서 잊지 못한 여러분
여러분의 영혼을 위한
큰일을 경영하십시오-
200년이 지났어도 20대의 청춘으로 살아와
사랑의 길로 모든 이를 초대하는
우리의 첫 사제 첫 영웅
신앙의 큰 스승이며 늘 푸른 큰 애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이시어
이제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우리도 마침내 당신을 닮은
성인되게 해 주소서. 아멘!
이 영화 전체와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를 표현하는 영화 속 김대건 신부님의 명대사를 끝으로 이번 포스팅은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길은 걸어가면 뒤에 생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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